
며칠전 손님 세분이 자리예약을 하고 오셔서 시가로 써져있는 참다랑어 뱃살이 1인분에 얼마냐고 물었다.
조심스레 15 만원 이라고 하며 1급만 써서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괜히 미안하고 주눅이 든다.

사실 1 키로라 해도 손질 하면서 껍질 떼고 내장쪽도 떼어내고 하면 800 그람 밖에 안되고
1 키로에 16만 8천원에 들어 오는데 손질하고 보면 키로에 20만원 정도로 계산 되는 꼴이니
1인분에 15 만원을 받아도 내 입장에선 많이 받는것도 아니고 크게 이익을 보는것도 아니다.
그래도 손님이 물을때마다 미안하고 주눅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15 만원이 어디 애 이름 인가..

그럼에도 참다랑어 뱃살을 드시던 분은 그것만 드신다.
참다랑어 뱃살에 맛을 들이면 정말 이지 다른 참치는 맛이 없다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특별한 맛이다.
알맞게 해동해서 입에 넣으면 그야말로 설탕과 우유만 뺀 아이스크림 같이 입에서 그냥 살살 녹는다.

3인분을 달라시며.. 먹어보고 사장님 말과 틀리면 돈을 안 주겠다는둥..
이러쿵 저러쿵 말 많이 할것없이 회로 보여 달라는둥..
참치 매니아 인데 먹어보면 안다는둥.. 표정이나 말투가 영 까칠하다.
성질대로 하면 몇마디 하고 싶지만 아직 서로를 모르다보니 그럴수도 있겠지도 싶어 꾹꾹 참으면서
믿고 드시라고.. 이 자리에서 17년 인데 설마 거짓말 하겠느냐고 해도 영 못 미더워 하는 얼굴이다.
더말하면 뭐 하겠는가..
자신 있는건 참치 뿐이니 그래.. 참치회로 말을 하자..
"네~ 하고 나오는데.. 내 기분이 어땠는지는 더이상 말을 말자..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략 40대 초반이나 됐을까..
게다가 부인도 같이 데려왔고 또 다른 한분은 대접하는 입장인것 같기도 하고..

이 부위는 저번에 소개한 황새치 뱃살.. 그 중에 엔삐라.. (뱃살중 가장 기름기 많고 고소하고 맛있는 부위)
참다랑어 외에 현재 눈다랑어 뱃살보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부위이다.

부랴부랴 해동을 한다.
눈다랑어나 황다랑어나 황새치 같은건 미리 해동을 해서 숙성이 돼야 맛이 있지만 참다랑어는 아니다.
주문과 동시에 해동을 해야하고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금방 녹아 버리기 때문에 우물쭈물 해선 안된다.

해동을 해서 써는 중인데 약간 덜 녹은 상태라 얼음기가 보인다.
딱 좋은 상태다.. 이래야 마저 썰고 데코레이션 하고 하다보면 손님앞에 갔을때 딱 좋은 색감이 나온다.

마블링이 장난이 아닌게 꼭 쇠고기 1등급 투플 (1등급++) 정도 되는것 같고 값으로 따져도 몇배 비싸다.
3 인분에 45 만원 이니 쇠고기 최고 좋은것 보다 비싼건 사실이다.
가격 얘기를 하는게 좀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 비교를 하기에 좋으라고..ㅎ

색이 점점 살아나고 잇다.
이 부위는 참다랑어 뱃살중에 머리쪽에 가까운 뱃살이다.
꼬리쪽 보다 머리쪽 가까운 살이 마블링이 더 많아 고소하고 맛있다.

평소에도 손님들 말씀이 내가 회를 썰면 두툼하게 썰어줘서 좋다고 한다.
나도 다른집에 많이 가보지만 나처럼 두툼하게 썰어주는 곳이 거의 없었고 특히 뱃살이야 말할것도 없다.
이런거 한점이면 보통 두점은 만들만큼 얇삭하게 썰어주는 곳이 대부분이라 나도 짜증이 날때가 많다.

음.. 이만하면 됐다.. 맛있어 보인다.. 사실 이정도의 참치회라면 최상급 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3인분 썰어서 직접 들고 들어갔다.
손님앞에 내려 놓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때요 하는듯 쳐다 봤는데 그럼에도 한마디 한다.
"먹어봐야 알지뭐.. 먹어보고 맛 없으면 돈 안주고 가면 되지뭐.."라고
그래서 알았다.. 아!.. 뭘 잘 모르면서 잘 아는척 하는구나.. 이 빛갈을 보고도 그런소리를 하니 모르는거지..
"네~ 드셔 보세요 그럼.." 속으로 웃으면서 방에서 나왔다.
사진도 찍어 놨겠다.. 일등급 임을 회사에서 보증해 주겠다.. 맛없다 소리를 어찌 할수 있겠는가.. 그러며..
음식을 가져갈때마다 트집을 잡으며 15만원 짜리에 쯔께다시가 뭐 이러냐..
돈이 얼만데 쯔께다시가 이런것 밖에 없느냐며 부인도 같이 계속 까칠을 부린다.
15만원 짜리 참치회를 먹으면서 쯔께다시 소리는 왜 한단 말인가.. 참치맛을 즐기셔야지..
쯔께다시를 찾을거면 굳이 이 귀하고 비싼 도로를 주문할 필요가 없을텐데..
주로 참치에 주력 한다고.. 쯔께다시는 생물이나 해물 같은건 없다고.. 그날도 분명 얘기 한것 같은데..
늘 얘기 하는데.. 안했나..? 했을텐데..? 나도 손님한테 기가 눌려서 못했나..? 그랬을지도..
눈도 안 마주치며 표정도 없이 계속 까칠을 부리니 천하에 강심장(?)인 나도 정신이 없었나 보다..에효~
커다란 눈도 한개 잡아서 눈알 따로 주고 눈물주 만들어 한주전자 갖다주고.. 머리살도 챙겨주고..
따로 떼어놓은 배꼽살 (안 떼면 먹을때 질기다고 하는 손님이 많다))은 참기름에 무쳐서 갖다줘 보고..
몇번째 음식을 들고 들어 갔더니 뜬금없이 그런다.
"아!.. 이제 사장님에 대해서 뭔가 감이 잡힌다.. 음.. 사장님 스타일을 이제 알겠네.."
뭔소리여..? 싶지만 "네~ 고맙습니다" 하고 그냥 나왔다.
길게 얘기 하거나 그 앞에 계속 있고 싶지가 않아서 얼른 나온거다.
분위기가 왠만하면 맛있는 회를 드렸으니 술이라도 한잔 줘야 되는거 아닌가..하며 너스래를 떨텐데..
그러면 왠만한 손님은 거의 뒤집어 지다시피 하며 즐거워 하고 분위기도 급 상승 하는데..ㅎㅎ
한참후에 또 사장님을 오랜다고 한다.
사장을 찾으면 거의 트집을 잡거나 더 맛있는 참치를 좀더 달라거나 둘중에 하나라 속으로 긴장을 한다.
나를 보더니 아까와는 달리 급 반색을 하며 반긴다.
"사장님.. 맛있네 음.. 맛있어요.. 사장님 성질도 이제 알겠고.. 네.. 좋아요.. 이제 믿을수 있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초밥 좋은걸로 5인분 포장해 주시고 새우튀김도 따로 계산 할테니 같이 포장 해주세요..
애들 갖다 줄거니까 맛있게 많이 싸주세요.." 그런다.
처음 까칠할때 하고는 천지 차이에다 얼굴도 환하게 웃고있다.
그러면 그렇지 음..ㅎㅎ.. 기분이 좋아서 맛있게 많이 싸드렸다.
가시면서 또 하는말..
"이제 앞으로 단골 할테니까 잘 부탁하고 직원들도 데리고 올께요 잘 먹었어요~"
세명이 드시고 계산은 60만 9천원.. 와우~~ ㅎㅎ
이튿날 다른팀은 25명이 회식을 했는데도 1인분에 15,000원 짜리다 보니 계산은 술값포함 52만원..
이런 손님도 있고 저런 손님도 있고.. 인원이 많다고 매상이 꼭 많은건 아니라는 얘기..ㅎㅎ
또 오실지 아닐지 모르지만 처음엔 껄적지근 했는데 나중에는 기분을 좋게 해주신 손님 이었다.
비싼걸 먹은 손님 이라서가 아니라 인정을 받았다는게 좋은거다..
정식 주방장도 아니고 그냥 할매급 여자 주방장 아닌가..
아줌마잖아..? 라며 그냥 나가 버리는 손님도 가끔 있는데 인정까지 받으니.. 나는 그게 기분좋고 고마운거다.
이런 손님 몇명만 더 있으면 안그래도 할매가 더 폭삭 늙을것 같다..
까칠손님..무서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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