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스크랩] 참치에 대한 단상...

다이스 선장 2008. 4. 5. 13:41

 

(참치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라는 말이 있다. 달리 표현하면 맛을 알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봐야 한다는 뜻이겠다. 참치도 그렇다. 많이 먹다보면 맛을 알게 된다. 물론 뱃살처럼 진한 부위는 처음 먹더라도 미각이 알아챈다. 하지만 참치의 진정한 맛을 알려면 다양한 부위를 맛보면서 고놈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참치회 몇점이 전부는 아니고 입 안에 있는 참치가 맛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참치 뱃살 맛이 진하다고 해서 그 부위만 찾는다면 사치일 뿐 자랑할 만한 미각은 아니다. 뱃살은 누구나 아는 맛. 어린애가 단 음식을 찾는 것과 매한가지다. 지방이 많은 부위가 아닌 담백한 부위에서 맛을 찾고 즐길 줄 알게 되었을 때 진정 그대의 미각에 박수를 보내련다.

 

참치는 음식이지만 작품이고 예술이기도 하다. 왜 그런고? 실장의 사상과 철학이 녹아 있는 창작품이기 때문이다. 참치토막 가져다가 썰어서 내 놓는 게 다 인줄 아는 실장의 얘기가 아니다. 참치에 대한 풍부한 상식은 기본이고 정치 경제 사회 식문화까지 두루 이해할 줄 아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

 

손님과의 교감은 자신의 참치에 대한 가치를 높여준다. 그러자면 화술도 중요할 뿐 아니라 풍기는 분위기나 행동거지도 남달라야 한다. 맛에 앞서 신뢰감을 주는 것도 실장의 능력이다. 관심과 배려도 중요한 덕목이다. 손님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참치를 내 놓을 줄 아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내 놓은 참치에는 실장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똑 같은 참치를 가져다가 내 놓는다 하더라도 색깔이 있고 없고는 실장의 깊이에서 오는 차이이다. 참치를 내는 일은 연출이다. 조화롭게 내 놓는 참치는 매끄러운 연출이고 먹는 이에게 맛의 충족감을 선사한다.

 

참치회에는 실장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참치의 맛은 실장에 의해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먹는 이의 자세 또한 맛에 영향을 준다. 참치 맛이 입으로만 느껴지는가? 맛의 한계를 극히 축소하는 일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 참치 한 점에서 대양을 유영하는 참치의 모습을 떠 올려 보라. 입속의 시원한 맛이 머릿속까지 시원해짐이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이처럼 단순한 참치 한 점의 의미를 넘어서는 맛이 담겨있다. 이런 게 음식과의 교감이다.

 

참치는 여러 부위가 있는 생선이다. 부위마다 고유의 맛이 있기에 부위를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초보자나 참치를 즐기는 사람도 부위에 대한 명칭을 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기에 실장의 설명을 곁들인다면 참치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고 맛이 더욱 선명해질 터.

 

어떤 이는 말한다. 먹는 사람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감각적으로 맛있으면 된다고. 일견 맞는 말이다. 먹는 사람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같은 먹거리를 먹으면서도 그 먹거리에 대해 모르고 먹는 사람과 알고 먹는 사람은 맛을 다르게 느낀다.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최승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풍미기행>에서 말하고 있다.

 

‘같은 먹거리를 먹으면서도 그 먹거리의 이모저모를 알고 먹으면 그 멋이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고.

 

참치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내력은 짧다. 그러기에 아직 참치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엔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비싼 회이기 때문에 또 남들 따라서 먹기도 한다. 참치가 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참치는 아니라고 떠들 일은 아니다. 일본의 요리 명인들도 참치를 김에 싸서 먹는 우리네 식법을 신선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는가? 꼭 그런 그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음식이란 두루 즐기고 볼일이다.   2007.9.4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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